사랑하는 동역자님께,
여름이 훌쩍 지난 가을의 문턱에서 지난 계절 동안의 일을 추스려 소식을 전합니다. 짧은 고국 방문과 성경번역 세미나, 대학 진학으로 저희의 곁을 마저 떠난 둘째 아이를 돕는 일 등으로 분주한 시간이었지만 격려를 힘입어 소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다시 감사를 전합니다
왐본어 요한계시록 번역
남편은 어촌에서 태어나 어른들을 도와 어구를 챙기면서 배웠던 매듭 묶는 법을 설명해주거나, 새우 등을 손질할 때 가시에 찔렸던 일을 종종 이야기하곤 합니다. 그 중에서 엉킨 낚싯줄을 푸는 일은 참 어려웠다고 합니다. 아직도 가끔 실타래를 풀기 위해 애쓰다 깨어나는 꿈을 꾸곤 합니다.
저도 요즘 그런 종류의 꿈을 꿉니다. 행키 형제가 작년 이맘때 초역한 요한계시록을 지난 석달간 헤르만이 애써 수정을 했습니다. 사실 계시록 번역은 전체 흐름을 이해하고 사도 요한이 묘사한 사물들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다면 서신서들 보다 번역하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왐본 형제들은 성경 모두가 번역하기 어려운데다, 특히 요한계시록은 번역하기 더욱 까다로운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형제들이 번역한 내용을 읽어보면 실제로 우왕좌왕했던 모습이 역력합니다.
왐본어에는 사랑, 질투, 고난 등과 같은 추상적 표현이 아주 제한되어 있습니다. 또 촛대, 말, 양, 용, 편지 등과 같은 단순한 사물들마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색깔도 예외가 아니지요. 붉은색은 노랑, 빨강, 분홍, 자주색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고, 파란색은 파랑, 초록, 연두에다 심지어 검은색까지 포함합니다. 그래서 일곱색 무지개 빛은 붉다와 푸르다는 두 가지 색으로 딱 잘라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보석의 색을 표현할 길을 찾지 못해 미궁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이런 종류의 고민을 하다 잠이 들면 저는 미로 속에서 출구를 찾아 헤매거나 숲 속에서 길을 잃은 꿈을 꾸곤 합니다.
물론 왐본 사람들은 심지어 보석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잘 모릅니다. 보석은 ‘값지고 아름다운 돌’ 이라고 번역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쁘다, 아름답다, 좋다, 착하다, 편하다, 알맞다 등이 모두 ‘마뗏(matet)’ 이란 단어 하나로 표현되다 보니 보석의 정확한 의미가 그들에게 그리 와 닿지 않을 겁니다.
계시록에서 각 보석의 색깔은 새 예루살렘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는 데 쓰였습니다. 영롱한 색깔을 짐작할 수 있어야 그 성의 영광을 상상할 수 있겠지요. 결국 보석의 용도보다 그 색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한 셈입니다.
의논 중에 저희 번역팀은, 파푸아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반하는 파푸아 고유의 새 깃털과 꽃의 색채로 보석의 색을 표현해 보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 역시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지요. 설명이 너무 길어져 색상에 관한 주요점은 퇴색하고 오히려 조류나 식물도감의 일부인 양 착각을 불러 일으킨 것입니다.
형제들과 다시 의논한 뒤, 저희는 결국 인도네시아 공용어 성경에 쓰인 보석 이름들을 빌려오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각 보석 이름마다 각주를 달아 새의 깃털 또는 꽃잎 색깔을 특정 보석과 관련 지어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녹보석이란, ‘팔 길이 만큼 돋아난 바나나 이파리와 같은 색의 아름다운 돌’ 이라고 각주를 덧붙였습니다.
이렇게 조금씩 가다듬어져 가고 있는 요한계시록은 서신서에서 사용된 다른 용어들이 확정되는 대로 수차례 더 손을 보아야 할 것입니다.
성경번역선교회 총회
메르스로 전국이 바짝 긴장하였지만 성경번역선교회 (GBT)의 정기총회는 지난 어느 모임 못지 않게 좋은 결과를 맺었습니다. 나라 안팎으로 급변하는 사역환경 때문에 변화의 몸살을 않던 동료들이 함께 모여서 서로 위로 받고 비전도 새롭게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장선교사는 회원 이사로 선출되어 내년 이맘때부터 4년간 이사회 모임을 전후하여 단체를 섬기는 일을 겸할 예정입니다.
수화성경번역 세미나 인도
GBT총회가 마치자 마자, 장선교사는 부산 에바다 농아교회에서 개최된 한국 기독교수화연구소 (한기수연)의 성경번역 사역자들을 위해 번역세미나를 인도했습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매주 모여 수화로 말씀을 번역하는 그분들의 열정으로부터 배우고, 한편으로는 말씀으로부터 격리된 세상의 모든 이들을 향한 하나님의 관심을 재차 깨닫는 값진 시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는 언어로 하나님의 말씀이 들려지게 하자는 비전에 헌신한 성경번역선교의 관심은 세상의 외진 부족들에게만 향할 것이 아닙니다. 의외로 우리 주변에 성경을 읽고, 듣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들이 많습니다.
기도해 주세요
• 출판된 창세기와 마가복음을 이웃 마을로 보급하는 일을 행키 형제가 하고 있습니다. 망글룸에서 짧게는 반나절, 길게는 이틀 이상 걸리는 여행길들에서 안전을 지켜주시고, 돕는 손길들을 날마다 붙여주시길 기도합니다.
• 왐본어 성경번역 팀원들이 계속 주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능력을 힘입어 잘 인내하며 일할 수 있도록, 왐본어 번역과 관련된 협력단체들 간에는 겸손한 양보와 긴밀한 협력이 이뤄지도록 기도해 주세요.
• 11월 16-27일에 있을 누가복음 자문위원점검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그리고 자문위원으로 도울 키스 베리 (Keith Berry) 선교사와 번역의 이해도에 답하기 위해 점검에 참석할 마을 사람들의 여행이 순조롭도록 기도합니다.
• 수화번역세미나를 섬길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고, 농아인 번역자들의 사역을 위한 재정과 번역자문위원들이 생기기를 함께 기도합니다.
• 고향에 계신 양가의 부모님들, 특히 장선교사 아버지의 건강을 위해 기도해 주세요. 시댁 식구들은 지난 여름 적조 등으로 또 한번 홍역을 치렀습니다. 고난을 통해 성숙하고 더 감사하는 가족들과 동역자들이 되도록 기도합니다.
수고로운 여름 후에, 다가오는 가을에는 결실하는 기쁨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파푸아의 왐본부족과 섬아시아 지역의 또 다른 민족들을 위한 일에 함께 수고해 주시는 동역자님의 정성에 곧 추수하는 기쁨도 함께 하실 수 있도록 저희 역시 부지런히 노력하려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금숙 (장홍태, 어진, 어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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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쇠하지 아니하며 낙담하지 아니하고 세상에 정의를 세우기에 이르리니 섬들이 그 교훈을 앙망하리라 (사 42:4)